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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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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rry, 이승환 I'm sorry 잠시 막아 서요 혹시 내 상처에 그대 역시 외롭게 우습게 가슴 한 켠에 항상 눈물을 담아두게 할 순 없어요 그대여 내게 오지 마세요 이미 닫아두었죠 다스리지 못 할 마음은 내 것이 아니죠 I'm sorry 난 딱 그 만큼인 사람 그대여 내게 오지 마세요 나를 돕지 마세요 누구도 올 수도 갈 수도 없는 나를 날 보며 그리웁게 웃지 말아요 그대 그렇게 사는 얘기도 말아줘요 외롭게 우습게 가슴 한 켠엔 항상 그대여 내게 오지 마세요 다들 그 끝을 알죠 아무도 말하려 하지 않을 뿐이죠 사랑은 언제나 불안해요 하물며 불쌍하죠 결국 내가 사랑한 건 나였는지도 모르죠 I'm sorry 나 같은 게 무슨 사랑... 이 가사의 화자는 내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근데 나였다.
만추(2011) 자막이 없는 상태에서도 볼 수 있었던 건 어떤 사람 때문이었으리라. 의미를 모르는 채 보는 영화라니. 그럼에도 느껴지는 어떠한 처연함이 슬프다. 어떤 세계에서도 이방인일 수 밖에 없었던 이가 단 하나의 고향을 찾은 것 같았다. 그들의 만남을 사랑이라 쉬이 이름 붙이기 어려운 이유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그리움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떤 것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본다니 중간 중간 딴 짓을 하기는 했으나 참으로 편안한 시간이었다. 정지의 시간.
우리도 사랑일까 (2011) 어쩜 이렇게, 내가 만약에 이 영화를 다 보고 나갔더라면 또 어떻게 달라졌을까? 달라지긴 했을까? 모든 새 것들이 헌 것들이 되었을 때, 거기서 느끼는 쓸쓸함 보다는 따듯함을 볼 수 있기를. 이 가볍디 가벼운 설렘에 불려 날아가 버리지는 말 것. "모든 공백을 매울 수는 없기 때문에" 어떤 것은 그 것인채로 둘 수 있어야 한다고.
거인/김태용 감독 인터뷰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6&oid=003&aid=0006202220 http://m.blog.naver.com/jimmani86/220148910082
<밖에 더 많다>, 이문재 내 안에도 많지만 바깥에도 많다. 현금보다 카드가 더 많은 지갑도 나다. 삼 년 전 포스터가 들어 있는 가죽가방도 나다. 이사할때 테이프로 봉해둔 책상 맨 아래 서랍 패스트푸드가 썩고있는 냉장고 속도 다 나다. 바깥에 내가 더 많다. 내가 먹는것은 벌써부터 나였다. 내가 믿어온 것도 나였고 내가 결코 믿을 수 없다고 했던 것도 나였다.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안데스 소금호수 바이칼 마른풀로 된 섬 샹그릴라를 에돌아가는 차마고도도 나다. 먼곳에 내가 더 많다. 그때 힘이 없어 용서를 빌지 못한 그사람도 아직 나다. 그때 용기가 없어 고백하지 못한 그 사람도 여전히 나다. 돌에 새기지 못해 잊어버린 그 많은 은혜도 다 나다. 아직도 내가 낯설어하는 내가 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