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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하루(2022)

아무튼 메모1

늘 사랑이 고픈 사람은 이 착각에 잘 빠지는 것 같다. 네가 아니면 이렇게 불완전한 나를 껴안을 사람이 없고, 네가 아니라면 나는 웃을 수 없다는. 이것만큼 어리석은 생각이 또 어딨을까. 네가 없는 자리는 다시 혼자만의 텅 빈 외로운 공간이라는 착각. 외롭고 고독한 순간들도 있었지만 네가 없던 자리의 나도 꽤 괜찮았다. 너의 자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쳐 갔지만 나의 자리는 내가 꿋꿋하게 때로는 넘어진 채로 지켜온 자리다. 너무 뻣뻣하고 멋없을지 몰라도 그런 나의 자리를 아름답게 가꿔가고 싶은 마음이 내겐 있다.

지금 남자친구는 술을 굉장히 좋아하고, 현장에서 육체 노동을 한다. 자기 선이 분명한 것 같으면서도 그 선안에서 외로워하는 것 같고 꽤나 직설적이고 칼 같다. 경제관념은 나보다 뚜렷하고 인생에서 크고 작은 실패들을 많이 겪어 다소 냉소적이기도 하다. 크고 작은 잘못들도 저지르며 살아온 것 같다. 아직 한 달밖에 되지 않았고 매일 보니 서로의 다름을 발견할 시간이 많이 없었던 것 같다. 그렇기에 천천히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들이는 것 같다. 나를 많이 좋아하고 또 그렇게 표현하지만 이따금 서로의 다름을 발견할 때 나는 우왕좌왕 한다. 꼭 우리의 톱니바퀴가 맞물려야 한다는 법은 없는데. 오히려 그런 강박이 관계와 나를 불안하게 하는 것 같다.

불완전한 인간이 다른 불완전한 인간을 껴안는 그 잔잔한 사랑을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런 시간을 들이고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비교 속에서 괴롭지 않을 수 있을까? 여러가지 고민 속에서도 답은 분명한 것 같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지켜온 나를 소중히 여기고 다름을 조심스럽게 인정하는 것. 내가 소중한 만큼 나와 다른 당신도 소중하다는 것. 그게 내가 좋아하지 않는 면모라도. 이 두 생각을 마음 깊이 품을 때 나는 덜 불안해지고 더 자유로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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