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작년에 55극장 무료 상영회에서 보고 다시 결제해서 본 다큐멘터리 '나는 반대한다'. 미국의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에 관한 다큐이다. 미국 사회에 곳곳에 스며 있던 성차별적 법안이나 행정적 조치들을 조용한 신념을 가지고 변론과 판결을 통해 꾸준히 부수어온 사람. 같은 군에 입대 했으나 남성인 군인에게만 주택 수당이 주어지는 것이 부당하다는 여성인 군인이 낸 소송의 변론 맡는다든가, 여성에게만 육아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남성의 소송을 맡는다든가 하는 일관된 방식으로, 또 점진적인 방식으로 당시 미국 사회 (어쩌면 현재도) 곳곳에 뿌리 깊었던 차별과 싸워왔다. 스몰톡도 하지 않을 만큼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지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관철하는 데에는 주저함이 없다는 점, 감정에 지지 않는다는 점, 정치적인 입장이 다른 동료와도 인간적 유대와 친밀감을 가질 수 있다는 점, 엄청난 의지를 가졌다는 점에 매료되어 이 다큐를 두 번이나 봤다. 또 이 사람의 배우자가 긴즈버그에게 보여주는 사랑에 놀라기도 했고. 누군가에 대한 깊은 존경과 존중이 함께하는 사랑은 정말 정말 강하고 힘이 세다. 나도 스스로에게, 누군가에게 그런 사랑을 주고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ㅎㅁㅈ 집에 놀러 갔다가 얻어 온 스타벅스 의자? 를 베란다에 두고 아침마다 거기에 잠깐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한 20분 정도? 타이머 세팅하고 책을 들고 앉지만 대부분 멍 때리면서 노래 듣거나,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ㅋㅋㅋㅋㅋ 눈 앞에 푸르름이 있다는 것, 또 마음에 거리낄 것이 별로 없는 시간이 주는 고요함과 평온함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

자소서를 핑계로 친한 친구 두 명에게 장단점 이야기 해달라고 하니까 이렇게 보내주었다. 나는 되게 오만방자해서 잘난 게 없어도 내가 잘났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온 시간이 긴데, 짧은 수험생활을 하면서 그 생각을 많이 깨게 된 것 같다. 난 내가 잘나서 공부를 하고, 이것 저것 경험을 했다고 생각을 은연중에 하고 있었다. 그런데 혼자 공부를 하니까 사실은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알겠더라. 나에게 잔잔한 애정을 보내준 선생님들, 내가 뾰족하게 굴어도 나를 이해해주고 받아주었던 친구들, 그저 과외 학생이었던 내게 진심을 다해준 ㅎㅈ쌤 등등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외로움을 느끼지 않고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대학 생활은 공부를 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보내진 않았지만 (...) 오만 고민을 하는 하면서 외로워하는 사람 옆에 남아준 친구들이 있었고, 그 오만 고민을 한다고 허송세월 해도 (짜증과 욕은 먹었지만, 언제 정신차리냐고 ㅋㅋㅋ) 되도록 (!) 엄마가 지원을 해줬다. 가진 게 없고, 받은 게 없어서 늘 더 받고만 싶었던 마음이 아주 조금 가신 것 같아서 다행스럽다. 내가 어떤 좋은 자질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내 곁에서 내가 다듬어지길 기다려준 사람들 덕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살아가고 싶다. 나도 누군가를 새롭게 만나서 그들이 다듬어지고, 나 또한 새롭게 다듬어져가는 걸 자연스럽게 기다려줄 수 있을까? 함께하는 자연스러운 기쁨을 누리게 될까? 그런 생각을 자주 한다.







이 중에서 완독한 것은 시집 하나.. 인데.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에서 말하길 빌린 이유와 다 읽지 않은 이유를 짧게라도 기록하라고 해서 남겨 본다. 설국 빌린 이유: 조성진이 읽었대서 / 반납 이유: 작중 화자가 구리고 느끼해서, 게이샤 어쩌고 저쩌고 하는 꼬라지 보기 싫어서 / 처음부터 잘 쓰는~ 빌린 이유: 그냥 궁금해서 / 반만 읽고 반납 이유: 집중력 하락 및 실용적인 팁이 지금 당장은 필요하지 않아서 / 배운 점: 읽거나 봤다면 짧게라도 그 이유를 남겨라 /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빌린 이유: 제일 앞에 실린 선잠이라는 시가 좋아서 / 느낀 점: 박준 시인의 시에는 두 사람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사람이 떠올라서 좋았다.

나는 종종 혼자 뭉클해지는 포인트가 있는데, 꼬질꼬질하게 해서 도서관 갔는데 열람실을 다시 개방했더라. 책을 몇 권 집어 와서 창문이 열린 자리 옆에 앉았는데 바람이 훅 들어왔다. 이 순간이 행복했다. 내가 바란 평범한 행복의 순간.

동전 노래방 러버인데 코로나로 못가고 ㅠㅠ 있던 도중에 집 티비에서 발견한 기능이다. 내 쌩목으로 부르긴 참 처참하지만 그래도 무료곡 2곡씩 부르고 나면 기분이 좋아.

스터디 과제가 너무 하기 싫어서 집 앞 카페에 나가서 카모마일 티를 시켰는데 이렇게 귀여운 모래시계를 같이 주셨다.

엄마는 진짜 무뚝뚝하고 표현보다는 경제적 지원 (..!)을 해주는 쪽으로 사랑을 표현하는데 정말 어쩌다 한 번씩 이렇게 이야기 하면 나는 아침부터 운다. ㅠㅠㅠㅠㅠ 저 정체를 알 수 없는 띄어쓰기 구분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면접 스터디 같이 하는 사람들과 갔던 카페. 한동안 못 먹었던 메밀 칼국수 집에 갔다가 근처에 있는 카페에 갔다. 전에 ㅇㅂ언니랑 갔을 때 좋았어서 한번 더 가도 좋겠다 싶어서 갔는데 역시나 좋았다. 한옥이었던 곳을 남길 곳은 남기고 고칠 곳은 고쳐서 카페로 쓰고 있는 곳! 나중에 좋아하는 사람과 눈 오는 날 다시 오고 싶다. 따듯한 차를 시켜두고 이야기 하면서 눈이 오는 걸 잠깐 잠깐 볼 수 있으면 엄청 행복할 듯!

요즘 계속 우기(..)라서 맑은 날이 귀했다. 비가 엄청 오고난 다음 날인가? 집 근처 초등학교에 달리기 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멋진 하늘을 만났다. 구름이 물든 것 같았다.

이것이 '나는 반대한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남편이 대법관한테 쓴 편지.. ㅠㅠ 이것보다 더 멋진 연애편지를 본 일이 없어..

집 근처 카페 크레이프는 다시 시키지 않는다..

액설런트는 노란색!

책이 눈에 안 들어오는 시기인데 왜냐면 마음이 산란하기 때문이지.


일기의 마지막. 엄마가 경주로 놀러간다고 성서 쪽에서 친구분 만난다고 해서 아침에 같이 지하철 타고 역에 데려다 주고 왔다. 뿌듯. 역에서 나가면서 엄마가 잠깐 손을 잡았는데 나는 또 울컥 ㅠㅠ 혼자 지내면서 공부하는 시간이 많이 힘들었었구나, 싶고. 지금 내가 느끼는 아주 잠깐의 행복이 금세 날아갈까봐 무섭기도 하고. 앞으로 사는 데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고 하다보면 이런 감사함에 무뎌지는 날도 오겠지? 그래도 중간 중간에 마음을 앉혀두고 말하고 싶다. 이런 순간을 기다려왔고, 또 이런 순간들은 아주 짧을 것이니 그 순간을 소중하게 잘 보내자!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