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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하루 (2020)

8.7

갱년기 증상이 이어지는 엄마와 아침부터 한바탕 결국.. 엄마는 엄마대로 서운하고, 나는 대체 왜 이런 걸로 짜증을 내는지 이해 못해 서로 상처주는 말을 했다. 어른이 된 지금에서야 엄마가 갈등을 대하는 방식이 보인다. 감정적인 상황은 끊어내는 것으로만 대처하며, 자책하는 방식. 사소한 싸움이 꼭 극단적 끝이어야 하는 방식. 굉장히 익숙한 방식.

어린 나에게는 상처였지만 그게 그 긴 시간 엄마를 지키는 방식이었다고 생각하니 그냥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아이처럼 우는 엄마를 보니 좀 웃기기도 하고, 가장 사랑하는 존재에게 상처를 줬다며 미안해 하는 모습이 안쓰럽고.

휴우. 긴 세월 '혼자' 버틴 엄마를 '혼자'였던 내가 잘 이해할 수 있기를. 엄마의 짜증에서 서운함을 좀 더 읽어낼 수 있기를, 엄마가 자식인 우리가 아니라도 행복을 느끼는 순간들을 가져가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얼른 월급 받아서 뭔가 내가 실질적으로 해주고 싶다. 상처는 시간이 해결해주는 게 아니라 좋은 순간들이 아물게 하니깐. 내 나름대로 나를 지키면서 그저 다들 건강하길 ㅠㅠ..... 엄마가 자꾸 깜빡깜빡한다고 불안해 하니까 병원도 가봐야할 것 같고.

엄마는 내가 좀 더 일찍 자리 잡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과 조급함이 큰 모양이다. 사실 나도 그런 생각이 아예 안 드는 건 아니고, 나 때문에 엄마가 그 시간을 더 견딘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있다. 하지만 난 그 때 당시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했다. 그렇게 캐나다에서 호주에서 보낸 시간이 내 인생에 큰 사치라는 걸 알면서도, 그런 사치 덕에 나는 무언가를 분간하면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 누군가를 원망하는 마음이 조금씩 옅어진 건 내가 선택한 시간을 살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엄마 입장에서는 답답했겠지만. 뭐 어쩔 수 없고, 앞으로 돈 벌어서 입고 싶다는 밍크 코트를 사줘야겠음.. (밍크가 어쩐 일이냐 대체...)

+방금 신문에서 본 말 "순간들을 소중하게 여기다 보면 긴 세월은 저절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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