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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하루 (2020)

10.5

1. 임용 등록을 완료했다. 늘 마음속에 공무원 시험 준비를 최후의 보루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임용 서류까지 제출하게 되다니. 2019년 12월 1일 공부를 시작한 이후로 내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 것들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운이랄까. 운이랄까. 운. 예전에 본 누군가의 인터뷰 기사에서 운이란 '하늘의 귀여움'을 받는 일이라고 표현한 걸 본 적이 있다. 그 말이 생각났다. 이번 시험엔 하늘 어디선가 나를 귀여워해준 누군가가 있었구나, 하고. 친가는 아닌 것 같고 아무래도 외할매인가..? 새삼 죄송하네. 하늘의 귀여움 받으려면 귀여움 받을 짓 하면서 살아야겠다. 

그래서 매일 매일 기도를 한다. 기도를 면죄부 삼아 막 살지 않도록 다른 사람을 위한 기도와 하루에 대한 감사 기도만 하지만ㅋㅋㅋㅋㅋ 스무살의 나에게 서른 한살의 너는 매일 누군가에게 감사하다고 기도를 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말해줄 수 있다면 스무살의 나는 좀 더 조심해서 성심성의껏 살았을까? 아니면 역시나 그런 망나니로 살았을까? 어쨌거나 시험을 치르고 나서, 나는 덜 계획하고, 더 충실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무언가를 이루는 일이란 조급한 마음은 버리고 매일을 부지런히 반복하는 일이라는 걸 배웠다. 정말 큰 배움. 그 조급한 마음이 내 짧디 짧은 유학 생활을 접게 한 이유라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2.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 마음을 '좋아한다'는 것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아직 충분히 알지도 못하기에, 내가 마음대로 '해석한' 누군가를 좋아하고 싶지는 않기에. 연애하고 싶다는 마음이 잘 안 들었는데 (그럴 사람이 없기도 했거니와) 옆에 사람들이 자꾸 그러니까 나두 덩달아 연애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그랬나봐. ㅠㅠ 뭐 가을이라 그랬나? 

 

3. ㅅㅁ가 시청에서 근무하고 있어서 오늘 서류를 제출하러 가면서 같이 커피를 한 잔 하고 왔다. 서로를 조금씩은 비교하고 그 안에서 자라고 무언가를 나눴다는 건 참 각별한 일이다. 그 때는 조금 버겁고 힘들기도 했다만. 시간이 지나 우리가 어떤 모습이 될지 기약하지는 않지만 그저 서로를 미워하는 마음보다 서로가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해 하는 서로의 모습을 놀리며 나이 들어가길. 

 

4. 다른 사람이 느끼고 있는 행복을 마치 섬세한 연주를 하는 조성진의 공연을 관람하는 마음으로 함께 행복해할 수 있기를. 주변에 작은 순간에서 행복한 것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건 다행스럽고 좋은 일이다. 예전에는 내 것이 아니라서 그저 부럽고 부럽기만 했는데. 이젠 달리 생각하네. 아직 내 발끝까지 미치지는 못했지만 내 근처 어딘가에 그런 몽글몽글한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냥 조금 기대하는 마음이 된달까. 아,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마음. 

 

5.  어제 실 사와서 자꾸 헛짓해서 세 시간 뜨고 다 풀고, 파업을 선언. 내 파랑 목도리 직조는 결국 엄마가. 그래서 지금 엄마가 밖에서 내 목도리 열심히 뜨고 있다. 당연히 그리워하게 될 순간. 미래의 그리움만 보지 말고 오늘의 따듯함을 충분히 느끼자!!!! 내가 라디오 틀고 방문 열어두고 이거 쓰고 있으니까 엄마가 나를 잠시 보고 웃었다ㅋㅋㅋㅋㅋㅋ 귀엽다곸ㅋㅋㅋㅋㅋ 츤츤.

 

어제 그러고 있다가 잠 못자서 예민한 상태로 시청 갔다가 기분이 좀 좋지 않았는데 역시나 생리를 시작했다. 호르몬 이즈 사이언스. 생리 날짜가 규칙적인 사람이 부럽다. 그럼 기분도 예측할 수 있는 거잖아 ㅠㅠ 아 이쯤에 pms가 오겠군, 이 날은 좀 예민할 테니까 맛있는 거 많이 먹고 넷플릭스 보면서 뇌 주름이나 펴야지 하구. 근무 시간이 규칙적으로 돌아가면 몸도 거기에 적응하겠지? 그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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